[도서] 우리 본성의 착한 천사 중에서 발췌함

우리 본성의 착한 천사 중에서 발췌


히브리 성경

호메로스와 마찬가지로, 히브리 성경(구약성서)은 배경이 기원전 2000년대 말이지만 씌어진 것은 그보다 500여 년 뒤였다. 그러나 호메로스의 작품과는 달리, 성경은 요즘도 수억 명의 사람들에게 숭앙 받는다. 그들은 성경을 도덕적 가치의 근원으로 여긴다. 성경은 세계 제일의 베스트셀러다. 3000개 언어로 번역되었고, 전 세계 호텔들의 협탁에 놓여 있다. 정통파 유대인은 기도용 숄 끝으로 성경에 입을 맞추고, 미국 법정의 증인은 성경에 손을 얹고 맹세한다. 심지어 대통령도 성경에 손을 올린 채 취임 선서를 한다. 이렇게 숭앙받는 존재이지만, 성경은 사실 기나긴 폭력의 찬미나 다름없다.

태초에 하느님은 하늘과 땅을 창조했다. 땅의 흙을 빚어서 남자를 만들었고, 그의 콧구멍에 생명의 숨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남자는 살아 있는 영혼이 되었다. 하느님은 그 아담의 갈비뼈를 하나 취하여 여자를 만들어 주었다. 아담은 여자를 이브라고 불렀다. 그녀가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의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아담은 이브를 아내로 맞았고, 이브는 임신하여 카인을 낳았다. 그리고 또 임신하여 카인의 남동생 아벨을 낳았다. 그런데 카인은 동생 아벨과 밭에서 대화를 나누던 중 사건을 저지르고 말았다. 성이 나서 그만 동생을 죽인 것이다. 당시 전 세계 인구가 정확히 네 명이었으니, 살인율은 25퍼센트였다. 오늘날 서구의 살인율보다 1000 배가량 높은 수치다.

인간 남녀의 수가 불어나자, 하느님은 금세 그들에게 죄가 있다고 결정하고 그에 대한 적절한 처벌은 집단 살해라고 정했다 (코미디언 빌 코스비는 이런 농담을 했다. 노아의 이웃이 노아에게 방주를 짓는 이유에 대한 단서를 달라고 사정하자, 노아는 이렇게 답했다. "당신은 물 위를 얼마나 오래 걸을 수 있소?" ). 홍수가 가라앉은 뒤에 하느님은 노아에게 도덕적 교훈을 내린다. 그것은 곧 피의 복수의 규약이다. “다른 사람의 피를 흘리면 그 사람도 피를 흘릴 것이니."

성경의 그 다음 주인공은 유대인, 기독교인, 이슬람인의 영적 선조인 아브라함이다. 아브라함에게는 소돔에 사는 조카 롯이 있었다. 그곳 주민들이 항문 성교와 그에 필적하는 여러 죄를 짓기에, 하느님은 신성한 소이탄 공격을 퍼부어 남자, 여자, 아이를 모조리 죽였다. 롯의 아내는 불타는 지옥을 뒤돌아보는 죄를 저지른 대가로 역시 죽었다.

하느님은 아브라함에게 도덕성을 확인하는 시험을 내린다. 아들 이삭을 산꼭대기로 데려가 결박한 뒤 목을 갈라 죽이고 시신을 태워 신에게 바치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에 천사가 아브라함의 손을 붙잡음으로써 이삭은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다. 이후 수천 년 동안 성경의 독자들은 신이 그토록 끔찍한 시험을 부과한 이유를 알지 못해 고민했다. 일각에서는 아브라함이 시험을 통과했기 때문이 아니라 실패했기 때문에 신이 막판에 개입했다고 해석하지만, 이것은 시대착오적인 해석이다. 당시에는 생명 공경이 아니라 신의 권위에 대한 복종이 제일가는 덕목이었기 때문이다.

이삭의 아들 야곱에게는 디나라는 딸이 있었다. 디나는 납치와 강간을 당한다. 당시에는 그것이 일반적인 구애 방법이었던 게 분명하다. 강간자의 가족이 그녀의 가족에게 그녀를 강간자의 아내로 사들이겠다고 제안했으니까 디나의 남자 형제들은 한 가지 중요한 도덕률 때문에 거래가 어렵다고 말한다. 강간자가 할례를 받지 않은 게 문제라는 것이다. 그들은 도로 제안한다. 강간자가 사는 마을의 모든 남자들이 포피를 자르면, 디나는 그들의 것이 되리라. 그래서 남자들이 모두 음경에서 피를 흘리느라 무력해진 동안, 디나의 형제들은 그곳을 침입하여 강탈과 파괴를 저지르고, 남자들을 학살하고, 여자들과 아이들을 빼앗아 온다. 혹시 이웃 부족들이 복수하러 오면 어쩌느냐고 야곱이 걱정하자, 아들들은 그런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우리 누이가 창녀취급을 받아서야 쓰겠습니까?" 하지만 직후에 그들은 동생 요셉을 노예로 팔아 버림으로써 가족적 가치에 대한 나름의 헌신을 재차 천명한다.

야곱의 후손인 이스라엘 사람들은 이집트로 들어가서 살았다. 파라오는 그들의 인구가 늘어나는 것이 싫었다. 그래서 그들을 노예로 삼고는, 그들에게서 남자아이가 태어나면 출생 직후 죄다 죽이라고 명령했다. 그 대량 영아 살해에서 용케 살아남은 모세는 후에 파라오에게 도전하여 제 동포를 풀어 달라고 요구했다. 하느님은 전능하시므로 이때 파라오의 마음을 녹일 수도 있었겠지만, 그러긴커녕 오히려 더 딱딱하게 만들었다. 그러고는 그것을 구실로 삼아, 모든 이집트인에게 고통스러운 종기를 비롯한 갖가지 괴로움을 안기고는 급기야 이집트인에게서 태어나는 장남을 죄다 죽이기로 했다(유월절(Passover)이라는 단어는 이때 사형 집행 천사가 이스라엘인에게서 장남이 태어난 집은 건너뛰었던 데서 왔다.). 하느님은 곧이어 또 다른 학살을 집행했다. 이스라엘인을 쫓아 홍해를 지나가던 이집트 군대를 몽땅 익사시킨 것이다.

탈출한 이스라엘인은 시나이 산에 모여서 십계명을 들었다. 십계명은 성상을 조각하거나 가축을 탐내는 것을 금지하되 노예, 강간, 고문, 신체절단, 이웃 부족 집단 살해를 허락하는 도덕률이다. 그런데 모세가 하느님으로부터 신성 모독, 동성애, 간통, 부모에 대한 말대꾸 안식일에 노동하는 것 등을 사형으로 다스리는 확장된 규율을 받아서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이스라엘인은 지루해졌다. 그들은 시간을 때울 요량으로 송아지 조각상을 숭배했다. 여러분도 짐작하다시피, 그에 대한 처벌은 죽음이었다. 모세와 형 아론은 하느님의 명령을 받들어 동포 3000명을 죽였다.

다음으로 하느님은 「레위기」의 일곱 장에 걸쳐서, 이스라엘인에게 앞으로 자신에게 끊임없이 바쳐야 할 제물의 도축 방법을 가르쳤다. 아론과 두 아들은 최초의 예배를 바칠 장막을 마련했다. 그런데 아들들이 실수로 잘못된 향을 사용하자, 하느님은 그들을 태워 죽였다.

이후 이스라엘인은 약속의 땅을 향해 나아가던 도중, 미디안 족을 만났다. 이스라엘인은 하느님의 명령을 받들어 모든 미디안 족 남자들을 베었고, 도시를 불태웠고, 가축을 강탈했고, 여자와 아이를 포로로 잡았다. 그리고 모세에게 돌아왔더니, 모세는 여자들을 살려 주었다며 도리어 화를 냈다. 몇몇 여자들이 이스라엘인을 꾀어서 다른 신을 숭배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모세는 병사들에게 집단 살해를 마무리하라고 명령하고, 그 보상으로 과년한 성노예들을 마음껏 강간하라고 말했다.  “그러니 이제 아이들 중에서 남자는 다 죽여라. 남자와 잠자리를 하여 사내를 아는 여자도 모두 죽여라. 다만 남자와 잠자리를 하지 않아 사내를 모르는 여자아이들은 너희를 위해 살려 두어라.”14)

「신명기」20장과 21장에서, 하느님은 이스라엘인에게 그들을 지배자로 받아들이지 않는 도시에 대한 포괄적 대처법을 가르친다. 남자는 모두 칼로 치고, 가축과 여자와 아이는 모두 납치하라는 것이다. 그렇게 하여 아름다운 새 포로를 얻은 남자에게는 문제가 하나 있다. 남자가 방금 그녀의 부모 형제를 살해한 마당이니 그녀가 사랑을 나눌 기분이 아니라는 점이다.  하느님은 이 성가신 문제마저 미리 내다보고 해법을 제공한다. 여자의 머리카락을 밀고, 손톱을 바짝 깎고, 한 달 동안 가두어, 눈이 빠지도록 울게 내버려 두라는 것이다. 그 뒤에 범하면 된다.

이름을 구체적으로 나열한 다른 부족들(히타이트, 아모리, 가나안, 브리스, 히위, 여부스 족)에 대해서는 집단 살해가 철저해야 한다고 명했다. “숨 쉬는 것은 하나도 살려 두어서는 안 된다. 모조리 전멸시켜야 한다. 하느님이 명하신 대로."15)

여호수아는 가나안 족을 침입하여 도시 예리코를 약탈할 때 이 지령을 철저히 받들었다.  성벽이 무너져 내린 뒤, 여호수아의 군사들은 “남자와 여자, 어른과 아이. 소와 양과 나귀 할 것 없이 성읍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칼로 쳐서 죽였다. 16) 여호수아는 나중에 더 많은 지역을 초토화한다. “산악 지대, 남쪽, 계곡, 비탈 지대, 그곳의 모든 왕들을 쳐서 생존자를 하나도 남기지 않았다. 이스라엘의 주 하느님께서 명령하신 대로 숨 쉬는 모든 것을 죽여 바쳤다."17)

이스라엘인의 역사에서 다음 단계는 판관들, 즉 족장들의 시대였다.그들 중 제일 유명한 삼손은 자신의 결혼식 도중에 손님 30명의 목숨을 빼앗은 짓으로 명성을 쌓았다. 내기 빚을 갚는 데 그들의 옷이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후에 삼손은 아내와 장인의 죽음을 복수하기 위해서 블레셋 사람 1000명을 살육하고 작물에 불을 질렀다. 용케 잡히지 않고 도망쳐서는 나귀의 아래턱뼈를 휘둘러서 또 1000명을 죽였다. 끝내는 붙잡혀서 눈이 멀었지만, 하느님이 그에게 9/11 자살 공격에 맞먹는 괴력을 주셨기 때문에 그는 커다란 건물을 안에서 무너뜨림으로써 그 속에서 예배를 보던 남녀 3000명을 깔아 죽였다.

이스라엘의 첫 왕 사울이 작은 왕국을 세우자 이스라엘인은 오래된 원한을 갚을 기회를 얻었다. 수백 년 전에 이스라엘인이 이집트에서 도망쳐 나올 때, 아말렉 족이 그들을 괴롭혔다. 그때 하느님은 이스라엘인에게 "아말렉의 이름까지 지워 버리라."라고 명했다. 판관 사무엘은 사울을 왕으로 임명하면서 하느님의 칙령을 상기시킨다. "너는 이제 가서 아말렉을 사정없이 치고, 그들에게 딸린 것을 모두 없애 버려라 남자와 여자, 아이와 젖먹이, 소와 양, 낙타와 나귀까지 모두 죽여라."2 "18) 사울은 명령을 받들지만, 사무엘은 사울이 아말렉 왕 아각을 살려 준 것을 알고는 격분한다. 그래서 사무엘은 “주님 앞에서 아각을 난도질했다.”

사울은 결국 사위 다윗에게 왕위를 빼앗긴다. 다윗은 남부의 유다 족을 흡수하고 예루살렘을 점령하여 그곳을 향후 400년 동안 이어질 왕국의 수도로 삼는다. 다윗은 이야기와 노래와 조각상으로 널리 칭송되는 왕이 되었고, 귀퉁이가 여섯 개인 다윗의 별은 이후 3000년 동안 그의 백성을 상징하게 되었다. 기독교인도 다윗을 예수의 선구자로 공경하게 되었다.

그러나 히브리 성경에서 다윗은 하프를 연주하고 시편을 작곡하는 잘생긴 시인, "이스라엘의 달콤한 음유 시인”으로만 묘사되지 않았다. 다윗은 처음에 골리앗을 죽여 이름을 알렸고, 이후 게릴라 일당을 모집하여 무력으로 동포들의 재물을 강탈했다. 용병으로 블레셋 사람들과 싸우기도 했다. 사울은 다윗의 이런 업적을 질투했다. 궁정의 여인들은 “사울은 수천을 치고, 다윗은 수만을 쳤다네!"라고 노래했다. 사울은 다윗 암살 계획을 세웠지만, 다윗은 가까스로 죽음을 모면하고 쿠데타를 일으켜 성공했다.

다윗은 수만 명을 죽여 얻었던 귀한 명성을 즉위한 뒤에도 유지했다. 장군 요압이 “암몬의 자식들이 다스리는 나라를 초토화"하자, 다윗은 “그곳 사람들을 모조리 데려와 톱으로, 써레로, 도끼로 썰어 죽인다.20)그런 그도 끝내는 하느님이 비도덕적이라고 판단한 짓을 저지른다. 감히 인구 조사를 명령했던 것이다. 하느님은 다윗의 실수를 벌하기 위해서 백성 7만 명을 죽였다.

왕족 내부에서는 섹스와 폭력이 늘 함께했다. 어느 날 다윗은 왕궁지붕을 산책하다가 밧세바라는 여인의 나체를 훔쳐보았다. 그녀가 마음에 들었기에, 그는 여자의 남편을 전쟁터로 보내 죽게 만든 뒤 그녀를 후궁으로 삼았다. 이후 다윗의 자식 중 하나는 제 형제를 강간했고, 다른 형제의 손에 죽었다. 그 복수자 압살롬은 군사를 규합하고 아비의 첩 10명과 동침함으로써 다윗의 왕위를 찬탈하려 했다(언제나 그렇듯이, 이번에도 이 사태에 대한 첩들의 생각은 알려지지 않았다.). 압살롬은 다윗의 군대를 피해 달아나다가 나뭇가지에 머리카락이 걸렸고, 다윗의 장군은 압살롬의 심장에 세 개의 창을 꽂아 넣었다. 가족의 분란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밧세바는 노쇠한 다윗을 속여 두 사람의 아들 솔로몬을 후계자로 축복하게끔 만들었다. 연장자인 적자 아도니야가 항의했으나, 솔로몬의 손에 죽었다.

솔로몬은 선왕들보다는 살인을 덜 저질렀다고 한다. 대신에 예루살렘 신전을 건축하고 「잠언」, 「전도서」, 「아가」를 쓴 왕으로 기억된다(700명의 비와 300명의 첩이 있는 하렘을 거느렸다니, 온종일 글만 쓰지는 않았으리라.). 무엇보다도 그는 제 이름이 붙은 ‘솔로몬의 지혜'라는 덕목으로 기억된다. 한방을 쓰던 두 창녀가 며칠 간격으로 출산했다. 한 아기는 죽었고, 두 여자는 모두 살아남은 아기가 제 아기라고 우겼다. 현명한 왕은 칼을 뽑았다. 아기를 도살하여 피투성이 시체의 절반을 각자에게 주겠다고 위협했다. 그러자 한 여자가 주장을 철회했고, 왕은 그녀에게 아기를 주었다. “왕이 이런 판결을 내렸다는 소식을 온 이스라엘이 듣고, 그들은 왕에게 하느님의 지혜가 있어 공정한 판결을 내린다는 것을 알고는 그를 두려워했다. "21)
이 재미난 이야기는 먼 과거의 일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 배후의 세상이 얼마나 잔인했던지를 곧잘 잊는다. 상상해 보라. 오늘날 가정법원 판사가 모권 분쟁에 대한 판결을 내린답시고 사슬 톱을 꺼내는 광경을 분쟁자들의 눈앞에서 아기를 도살하겠다고 으르는 광경을 솔로몬은 두 여자 중 더 인간적인 쪽이 품성을 드러내리라고 믿었고(그녀가 정말로 엄마인지 아닌지는 밝혀지지 않는다.), 그렇지 않은 쪽은 앙심에 찬 나머지 눈앞에서 아기가 죽도록 내버려 두리라고 믿었다. 그가 옳았다! 하지만 만일 솔로몬의 짐작이 틀렸다면, 그는 단호히 도살을 실시했을 것이다. 아니면 신용을 잃을 테니까. 여자들은 여자들대로, 자신들의 현명한 왕이 끔찍한 살인을 저지르고도 남을 사람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으리라.

성경에 묘사된 세상은 현대인의 눈으로 보면 혼비백산할 만큼 야만스럽다. 사람들은 친족을 노예로 부리고, 겁탈하고, 죽였다. 군사 지도자들은 아이를 포함해 민간인을 무차별적으로 죽였다. 여자들은 성 노리개처럼 거래되거나 강탈되었다. 야훼는 사소한 불복종을 구실로, 혹은아무런 이유가 없는데도 수십만 명을 고문하고 학살했다. 이런 잔학 행위는 일회성이거나 눈에 띄지 않는 사건이 아니었다. 구약의 모든 주인공들이 이런 사건들에 연루되었다. 요즘 주일 학교 아이들이 크레용으로 그리는 그 인물들이 아담과 이브로부터 노아, 족장들, 모세, 여호수아, 판관들, 사울, 다윗, 솔로몬을 거쳐 수천 년 동안 이어지는 계보가 다 그랬다. 성서학자 라이문트 슈바거에 따르면, 히브리 성경에는 “나라, 왕, 개인이 공격, 파괴, 살상을 저질렀다고 명시적으로 이야기된 대목이 600군데가 넘는다…………. 야훼가 직접 폭력적 처벌을 집행하는 대목이 1000군데쯤 있고, 신이 인간 처벌자의 칼 앞에 범죄자를 세우는 대목도 수없이 많고, 그 밖에도 야훼가 명시적으로 살인 명령을 내리는 대목이 100군데가 넘는다.) 잔학 행위 전문가를 자처하는 매슈 화이트는 역사상 주요한 전쟁, 대량 학살, 집단 살해의 사망자 수를 집계하는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성경에 구체적으로 피해자 수가 밝혀진 대량 살인의 사망자 수는 약 1200만 명이다(「역대기」 하편 13장에서 묘사된 유다와 이스라엘의 전쟁 사망자 50만 명은 제외했다고 한다. 그 정도의 사상자 규모는 역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노아의 홍수로 인한 희생자를 더하면총합에서 약 2000만 명이 늘어날 것이다.

좋은 소식은, 당연히 이 사건들이 대부분 실제로 벌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야훼가 온 지구를 범람시키고 도시를 소각시켰다는 증거가 없을뿐더러, 족장들, 엑소더스, 정복, 유대 왕국 등도 거의 틀림없이 픽션이다. 역사학자들은 이집트의 문헌에서 100만 명의 노예가 떠났다는 기록을 찾지 못했다(그런 일이 이집트인의 눈을 벗어나 벌어졌을 리는 없다.). 고고학자들은 예리코나 근처 도시의 잔해에서 기원전 1200년경 약탈이 벌어졌던 흔적을 찾지 못했다. 기원전 1000년으로 접어들던 무렵에 정말로 유프라테스 강에서 홍해까지 뻗은 다윗의 왕국이 있었더라도, 그렇다면 당시 다른 누구도 그것을 목격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24)

현대 성서학자들은 성경이 위키(wiki)와 같은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성경은 서로 다른 문체, 방언, 인명을 썼던 여러 작가들의 기록을 500여년에 걸쳐 수집해 편집한 것이고 그 편집마저 엉망이라 모순, 중복, 쓸데없는 일화 등이 고스란히 남았다고.

히브리 성경에서 제일 오래된 부분은 기원전 10세기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다. 거기에는 근동 지역 부족들의 기원 신화와 몰락의 전설, 이웃문명에서 차용한 법규들이 담겨 있다. 가나안 남동부 외곽에서 가축을 치거나 산지 농사를 지었던 철기시대 부족들은 변경의 정의를 지키는 규범으로서 그 텍스트를 사용했을 것이다. 그 부족들은 차츰 저지대와 도시로 옮겨 갔고, 이따금 약탈을 했고, 도시도 한두 개쯤 파괴했다. 그래서 결국 모든 가나안 사람들이 그들의 신화를 받아들였다. 사람들은 그것을 하나의 공통 계보, 하나의 영광스러운 역사, 동포가 외지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터부, 내부 다툼을 막기 위한 암암리의 강제성과 통합했을 것이다. 역사적 내러티브가 연속적으로 갖춰진 최초의 원고는 기원전 7세기 말~6세기 중반 무렵에 완성되었다. 바빌론 사람들이 유다 왕국을 정복하여 주민들을 내쫓은 시점이었다. 그리고 편집이 최종적으로 마무리된 것은 그들이 다시 유다로 돌아온 직후인 기원전 5세기였다.

구약의 역사 기록은 픽션이지만(아무리 잘 봐주어도 세익스피어의 사극과 같은 예술적 재구성일 뿐이다.), 기원전 500년경 근동 문명의 삶과 가치를 보여 주는 자료임에는 분명하다. 이스라엘인이 실제로 집단 살해를 자행했든 아니든, 그들이 그것을 좋은 생각으로 여긴 것만은 확실하다. 누구의 머리에도 여자는 당연히 강간을 원하지 않고 성적 소유물로 거래되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생각은 없었던 듯하다. 성경 작가들은 눈을 멀게 하고 돌로 치고 가리가리 찢어 죽이는 잔인한 처벌이나 노예제를 그릇된 일로 보지 않았다. 당시에는 관습과 권위에 대한 무조건적 복종에 비하면 사람의 목숨 따위는 중요한 가치가 아니었다.

내가 히브리 성경의 내용을 문자 그대로 검토한 이유가 오늘날 성경을 공경하는 수십 억 인구를 비난하기 위해서일까? 그렇게 생각한다면오산이다. 말할 필요도 없는 노릇이지만, 오늘날 유대교와 기독교 신자의 압도적 다수는 뼛속까지 점잖은 사람들이다. 집단 살해, 강간, 노예제, 하물며 하찮은 위반 때문에 사람을 돌로 쳐 죽이는 일 따위는 결코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성경에 대한 공경은 순전히 부적 같은 의미이다. 근래 수천 수백 년 동안 사람들은 히브리 성경을 달리 해석하거나, 우화로 간주하거나, 덜 폭력적인 다른 텍스트로 교체했다(유대인은 탈무드로, 기독교인은 신약 성서로). 혹은 그저 무시했다. 바로 그 점이 핵심이다. 폭력에 대한 대중의 감수성이 워낙 크게 변했기 때문에, 요즘은 신앙인들조차도 성경에 대한 태도를 구획화(compartmentalize)하게 된 것이다. 신자들은 말로는 성경을 도덕률의 상징으로 인정하지만, 실생활에서는 더 현대적인 다른 원칙들로부터 도덕률을 얻는다.